산을 넘지 않고, 산을 지나다

한국도로협회 교육홍보실
written by kroadedu · 2026. 10. 7

서울양양고속도로(고속국도 제60호선)는 강일에서 양양까지 133.08km를 잇는다. 이 가운데 가장 늦게 열린 곳이 동홍천~양양 72.63km 구간이다. 2008년 12월 착공해 2017년 6월 30일 개통했다. 그 한가운데 인제양양터널이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기린면에서 양양군 서면까지, 길이 10,965m. 2012년 9월 26일 관통했고,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았다. 개통 당시 국내에서 가장 긴 도로터널이자 세계에서 열한 번째로 긴 터널이었다.

곧지 않은 11km, 안전을 위한 선택

11km에 가까운 터널은 뚫는 것보다 지키는 일이 더 어렵다. 인제양양터널은 곧게 뻗지 않고 S자로 네 차례 휜다. 직선 구간이 길어지면 운전자의 주의력이 떨어지고 속도 감각을 잃기 쉽다는 점을 고려한 선형이다. 화재나 정체가 곧바로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장대터널에서, 설계의 목표는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깨어 있는 시간을 늘리는 데 있다.

지하 200m, 보조터널이 하는 일

본선 옆에는 방태산 중턱에서 지하 200m까지 내려가는 보조터널을 따로 뚫었다. 이 통로는 평소 환기구로 쓰이다가 사고가 나면 비상 대피로로 바뀐다. 터널 천장 조명도 구간마다 색과 밝기를 달리해 네 단계로 나눴다. 운전자가 은연중에 남은 거리를 가늠하도록 하려는 장치다.

인제양양터널의 건설 과정을 소개하는 전시
인제양양터널의 건설 과정을 소개하는 전시

백두대간을 건드리지 않고 지나가는 법

이 터널이 남긴 것은 단축된 시간만이 아니다. 옛길은 고갯마루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방식이었다. 굽이마다 절토와 성토가 뒤따랐고, 겨울이면 눈과 결빙으로 자주 통제됐다. 인제양양터널은 백두대간 능선을 손대지 않고 그 아래로 지나간다. 노선을 정할 때 지형을 넘어서는 문제만이 아니라 산줄기를 어떻게 보존할지가 함께 고려된 결과다.

고갯마루가 비켜선 자리

산을 넘던 시절, 고갯마루의 휴게소는 잠시 숨을 고르는 자리였다. 이제 그 자리는 한 걸음 비켜서 있고, 차들은 산 아래를 지난다. 대관령과 한계령, 미시령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예전만큼 붐비지 않는다. 인제와 양양을 오가는 길은 이제 계절과 날씨에 덜 흔들린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멀지 않아 동해가 나타난다. 산을 넘지 않고도 바다에 닿을 수 있게 된 지 이제 9년, 인제양양터널은 여전히 강원 산간에서 가장 긴 직선으로 남아 있다.

출처: 한국도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