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NSC 지하도로 프로젝트

(주)건화 김영근 부사장
written by kroadedu · 2026. 10. 7

들어가는 말

싱가포르는 제한된 국토 면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시 공간을 재창조하고 있다. 과거의 지하도로가 단순히 차량의 이동을 위한 목적이었다면, 최근의 지하도로는 대중교통, 보행자, 친환경 교통수단을 모두 아우르는 복합 교통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제3강에서는 개착공법을 기반으로 도심지 복합공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싱가포르 NSC(North-South Corridor) 지하도로 프로젝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제1강에서 살펴본 미국 보스턴의 Big Dig가 기존 고가도로를 지하화하여 단절된 도시를 다시 연결한 도시재생형 지하도로였다면, 제2강의 도쿄 외곽순환 지하도로는 약 16m급 초대형 Shield TBM을 이용하여 지하 40m 이하의 공간을 개척하는 대심도형 지하도로였다.

이번 제3강에서 살펴볼 싱가포르 NSC는 또 다른 형태의 지하도로이다. NSC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차를 위한 새로운 지하도로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차량을 지하와 고가도로로 이동시킨 뒤 남는 지상 공간을 버스·보행자·자전거·공원 등 시민에게 돌려주는 통합형 도시교통 프로젝트(Integrated Transport Corridor)라는 점이다.

또한 공법적으로도 흥미롭다. 도쿄 외곽순환도로가 대심도 Shield TBM 프로젝트라면, NSC의 지하구간은 여러 공구에서 Cut-and-Cover 방식의 도로터널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일부 도심부에서는 도로 폭이 제한되기 때문에 상·하행 터널을 수평으로 나란히 배치하지 않고 상하로 겹치는 Stacked Tunnel구조까지 적용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공사가 텅 빈 신도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운행 중인 도로와 MRT, 수많은 지하매설물, 주거 및 상업건물 사이에서 교통을 유지한 채 장기간 굴착을 진행해야 한다. 일부 구간에서는 기존 MRT 터널과 NSC 터널 사이의 거리가 불과 1m에 이른다.

따라서 NSC를 이해하는 핵심은 단순히 “개착공법으로 만든 지하도로”가 아니다. 도로·터널·MRT·지하매설물·건물·교통·주민을 동시에 관리하면서 도시의 기능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지하도로를 만드는 것, 이것이 NSC 프로젝트의 본질이다.

[그림 1] 싱가포르 North-South Corridor 프로젝트
[그림 1] 싱가포르 North-South Corridor 프로젝트
[그림 1] 싱가포르 North-South Corridor 프로젝트
[그림 1] 싱가포르 North-South Corridor 프로젝트
[그림 1] 싱가포르 North-South Corridor 프로젝트

1. 프로젝트 개요

싱가포르 NSC 프로젝트는 싱가포르 북부 지역과 도심(CBD)을 연결하는 총 연장 21.5km의 대규모 지하 및 고가 복합 교통 회랑이다. 당초 자동차 전용 지하고속도로(North-South Expressway)로 기획되었으나, 대중교통 및 친환경 교통수단을 우대하는 국가 교통 정책에 따라 버스 전용 차로와 자전거 도로, 보행로가 통합된 NSC(North-South Corridor)로 설계가 변경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의 지하 구간을 개착공법(Cut-and-Cover)으로 시공한다는 점이다. 초고밀도 도심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굴착을 진행해야 하는 고난도의 도심지 복합공사로, 수많은 지장물 이설과 교통 우회, 민원 관리가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인프라 사업이다.

싱가포르 NSC는 북부의 Sembawang·Yishun·Ang Mo Kio 지역에서 Toa Payoh·Novena·Rochor를 거쳐 도심으로 연결되는 총 연장 21.5km의 남북 교통축이다. 당초 North-South Expressway(NSE)라는 자동차 중심 고속도로로 계획되었으나, 2016년 싱가포르의 Walk-Cycle-Ride(WCR) 정책에 맞추어 자동차·버스·자전거·보행을 하나의 축에 통합하는 North-South Corridor로 개념이 확대되었다.

전체 21.5km는 크게 고가도로 8.8km, 터널 12.3km, 일부 지상구간으로 구성된다. 기존 자료 기준으로 본선은 대부분 왕복 6차로이며, PIE와 CTE 사이 일부 구간은 더 큰 교통수요에 대응하도록 구성되고 다수의 진출입 램프를 통하여 주변 도로망과 연결된다.

NSC는 기존 Central Expressway(CTE), Thomson Road, Marymount Road 등의 교통부하를 분산시키고 SLE, PIE, ECP 등 싱가포르의 주요 고속도로와 연결하여 북부지역과 도심 간 이동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일반적인 고속도로와 다른 가장 큰 이유는 지상 공간에 있다. 차량 교통을 터널과 고가도로로 이전함으로써 기존 지상도로 일부를 축소하고, 확보되는 공간을 연속 버스전용차로, 자전거도로, 넓은 보도, 녹지 및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편한다. LTA는 이러한 방식으로 약 축구장 30개 규모에 상당하는 도로공간이 새로운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는 201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되었으며 당초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였으나 코로나19와 복잡한 지반 및 시공조건 등으로 일정이 조정되었다. 2026년 9월 LTA는 다시 약 2년의 추가 공기연장을 발표하였다. 현재 계획은 Admiralty Road West~Lentor Avenue 고가구간은 2029년부터, Lentor Avenue~ECP 터널구간은 2031년부터 단계적으로 개통하는 것이다. 2026년 8월 현재 고가부와 터널부 모두 기초공사의 90% 이상이 완료된 상태이며, 12.3km 터널구간에서는 본격적인 굴착이 진행되고 있다.

[그림 2] NSC 전체 노선 및 Viaduct–Tunnel 구성
[그림 2] NSC 전체 노선 및 Viaduct–Tunnel 구성

2. 프로젝트의 주요 특성

Integrated Transport Corridor

NSC는 싱가포르 최초의 Integrated Transport Corridor로 계획되었다. 기존의 도시도로 프로젝트가 “얼마나 많은 자동차를 얼마나 빨리 이동시킬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NSC는 자동차·버스·자전거·보행을 동시에 다룬다. 차량은 주로 지하터널과 고가도로를 이용하고, 지상은 대중교통과 Active Mobility 중심으로 재편된다.

특히 연속적인 버스 우선시설을 통해 북부지역에서 도심까지 버스 이동시간을 최대 약 15분 단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동시에 자전거 이용자는 북부에서 도심까지 연결되는 Cycling Trunk Route를 이용할 수 있다. 즉 NSC는 Road Capacity Expansion이 아니라 Mobility Reallocation을 목표로 한다.

[그림 3] Integrated Transport Corridor 개념
[그림 3] Integrated Transport Corridor 개념

지하·고가·지상을 결합한 입체 교통축

NSC는 하나의 공법이나 하나의 구조형식으로 만들어지는 도로가 아니다. 북부의 상대적으로 공간 확보가 가능한 구간에서는 Viaduct를 이용하고, 도심으로 진입하면서 지상 공간의 제약이 커지는 구간은 Tunnel로 전환된다. 여기에 진출입 램프, 지상도로와 보행·자전거 시설이 결합된다.

따라서 NSC를 하나의 터널 프로젝트로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Viaduct + Tunnel + Ramp + Surface Street + Public Transport + Active Mobility 를 하나의 Corridor로 통합하는 3차원 도시교통 인프라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대규모 도심지 개착 지하도로

NSC 터널부의 중요한 기술적 특징은 Cut-and-Cover 공법이다. 예를 들어 N101은 약 900m의 Cut-and-Cover 도로터널과 다수의 진출입 구조물, N109는 약 700m의 왕복 3차로 Cut-and-Cover 터널, N111은 약 1.3km의 왕복 3차로 터널과 램프·고가도로·지상도로를 하나의 계약에 포함하고 있다.

개착공법 자체는 오래된 공법이다. 그러나 NSC에서의 개착공사는 일반적인 Open Cut와 전혀 다르다. 기존 도로의 교통을 지속적으로 처리하면서 수십 m 깊이의 연속벽을 시공하고, 지하매설물을 이설하며, 굴착과 본체구조물 시공을 진행한 뒤 다시 상부도로를 복원해야 한다. 따라서 공사의 핵심은 굴착기술보다 Construction Staging, 즉 “어떤 순서로 도시를 조금씩 이동시키면서 지하구조물을 만들어 가는가”에 있다.

[그림 5] 도심지 Cut-and-Cover 시공
[그림 5] 도심지 Cut-and-Cover 시공

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을 시민에게 돌려주다

NSC의 최종 목적은 지하터널 자체가 아니다. 자동차를 터널과 고가도로로 이동시킨 후 기존의 넓은 지상 차로를 축소하여 그 공간을 보행자·자전거·버스·녹지·커뮤니티 공간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이는 Big Dig의 Rose Kennedy Greenway와도 일정 부분 닮아 있다. 그러나 Big Dig가 기존 고가도로 철거를 통한 도시재생이었다면 NSC는 처음부터 지하도로 건설과 지상 공간 재편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계획했다는 차이가 있다.

싱가포르는 이를 “Car-Lite Vision”과 연결하고 있으며, NSC 지상부의 마스터플랜은 주변 지역주민과의 공동계획을 통해 보행, 녹지, 휴식·활동공간을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림 6] NSC 완공 전·후 지상도로 공간 변화
[그림 6] NSC 완공 전·후 지상도로 공간 변화

3. 지하공사 핵심 기술

대심도 연속벽과 정밀 개착공법

도심지 대규모 개착터널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가 Diaphragm Wall(지하연속벽)이다. NSC의 여러 공구에서 Diaphragm Wall, Barrette Pile, Cross Wall 등이 적용되었으며, 특히 깊은 굴착과 인접 구조물 보호를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실제 Novena 지역의 Diaphragm Wall은 굴착 안정성과 주변 구조물 보호 때문에 콘크리트 타설을 중단할 수 없어 야간까지 연속작업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도심지 연속벽은 단순한 흙막이벽이 아니다. 굴착 중 토압과 수압을 지지하고, 주변 지반변위를 억제하며, 경우에 따라 영구 구조물의 일부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패널 굴착 정밀도, 안정액 관리, 철근망 설치, Tremie Concrete의 연속 타설, Joint 수밀성 및 굴착 단계별 지보계획이 종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NSC는 전통적인 개착공법이 현대의 계측·지반공학·교통처리기술과 결합하면 얼마나 고도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림 7] Diaphragm Wall을 이용한 대심도 개착터널
[그림 7] Diaphragm Wall을 이용한 대심도 개착터널
[그림 7] Diaphragm Wall을 이용한 대심도 개착터널

좁은 도시 폭을 해결한 복층 지하도로

도심지에서 지하도로 건설의 가장 큰 제약 중 하나는 도로 폭이다. 왕복 6~8차로 규모의 터널을 수평으로 나란히 배치하면 막대한 지하 폭이 필요하다. 그러나 Novena 등 일부 NSC 구간에서는 주변 건물과 지하구조물 때문에 이러한 공간 확보가 어렵다.

이에 따라 일부 구간에서는 상·하행 도로를 상하로 배치하는 Stacked Tunnel 개념이 도입되었다. N105에는 약 1km의 Dual 4-lane Stacked Cut-and-Cover Tunnel, N106에는 약 1.25km의 Stacked Tunnel에서 Twin-cell Tunnel로 변화하는 복합구조가 적용되었다. Stacked Tunnel은 굴착폭을 줄일 수 있는 대신 깊이가 증가하고 구조하중과 환기·방재·램프 접속 등이 복잡해진다.

즉, Width ↓ → Depth ↑ → Structural &Construction Complexity ↑ 라는 새로운 Trade-off가 발생한다. 이는 협소한 도심지에서 지하공간을 수평적으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수직적으로 활용하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림 8] Stacked Cut-and-Cover Tunnel 구조
[그림 8] Stacked Cut-and-Cover Tunnel 구조
[그림 8] Stacked Cut-and-Cover Tunnel 구조

운행 중 MRT와 불과 1m 떨어진 초근접 시공

NSC에서 가장 어려운 지하공사 중 하나는 Novena 구간이다. 이곳에서는 NSC가 운행 중인 North-South MRT Line(NSL)의 상부와 하부를 교차하며, 일부 위치의 최소 이격거리가 약 1m에 불과하다. 공사 중 지반침하나 변위가 조금만 발생해도 MRT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굴착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특히 파쇄된 암반과 지하수 유입이 확인되면서 당초 계획보다 훨씬 세분화된 굴착이 필요하였다. 소단면으로 암반을 제거하고, 즉시 Grouting과 Support를 실시하면서 조금씩 전진하는 방식이 채택되었다.

또한 Suffolk Walk~Novena Rise 구간에서는 Simple Face-Less Tunnel Method가 적용되었다. 이 기술은 작업자가 개방된 굴착면에 직접 노출되는 상황을 최소화함으로써 지반붕괴, 낙석 및 지하수 유입 위험을 줄이는 기술로 평가되어 2026년 LTA Construction Safety Innovation Award를 수상하였다.

이 구간이 보여주는 핵심은 명확하다.

도심지 지하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빨리 굴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설을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굴착하는 것이다.

[그림 9] NSC와 운행 중 North-South MRT Line의 초근접 교차
[그림 9] NSC와 운행 중 North-South MRT Line의 초근접 교차
[그림 9] NSC와 운행 중 North-South MRT Line의 초근접 교차

예상과 다른 지반에 대응하는 관찰적 시공

지반은 설계도면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NSC의 Thomson 구간에서는 실제 굴착과정에서 예상보다 단단한 암반과 큰 공간적 변화가 확인되었다. 그 결과 Controlled Blasting, 추가 암반 제거 및 Ground Stabilisation이 필요했고, 흙막이 구조와 시공방법도 실제 지반조건에 맞추어 수정되었다.

Novena에서는 반대로 파쇄된 암반과 지하수 유입이 문제가 되었다. 이처럼 동일한 노선에서도 Hard Rock → Fractured Rock → Soil → Groundwater 조건이 연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따라서 NSC와 같은 도심 지하공사에서는 설계단계의 지반조사만으로 모든 위험을 제거할 수 없다. 시공 중 계측자료와 실제 굴착면에서 확인되는 지질정보를 이용하여 지보·그라우팅·굴착단계를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Observational Engineering이 필수적이다.

특히 기존 MRT, 건물 및 도로가 인접한 구간에서는 침하·변위·수압 등의 계측정보가 단순 기록자료가 아니라 다음 굴착단계를 결정하는 핵심 의사결정 데이터가 된다.

4. 주요 이슈사항

지반의 불확실성이 공기를 지배하다

NSC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적 리스크는 결국 지반이었다. Thomson에서는 예상보다 단단하고 복잡한 암반이 나타났고, Novena에서는 파쇄암과 지하수 유입이 문제가 되었다. 북부 고가구간에서도 예상보다 높은 위치의 암반과 단단한 지층 때문에 기초말뚝 시공시간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지반공사의 본질적인 특성을 잘 보여준다. 시추조사는 선(Line)이 아니라 점(Point)의 정보이다. 아무리 많은 조사를 하더라도 전체 지반을 100%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설계단계의 지반모델을 “정답”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시공과 함께 계속 수정되어야 하는 Initial Ground Model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 10] Geological Uncertainty와 공사 리스크

기존 MRT·도로·지하매설물과의 충돌

NSC는 새로운 지하도로만 시공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운영 중인 MRT, 기존 도로, 상·하수도, 전력·통신시설 및 주변 건축물이 이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또 하나의 대형 인프라를 삽입하는 공사이다. LTA가 2026년 공기연장의 주요 사유로 기존 도로, 주요 Utilities 및 운행 중인 MRT 인접 시공의 복잡성을 직접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Novena에서 MRT와의 1m 초근접 교차는 그 상징적인 사례이다. 앞으로 도시 지하공간이 더 복잡해질수록 지하공사의 난이도는 터널 자체의 구조계산보다 Interface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즉 미래의 도심지 지하공사는 Tunnel Engineering → Underground Interface Engineering 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그림 11] 공사 전면중단과 공기 연장

도시가 움직이는 상태에서 공사한다

NSC의 또 하나의 문제는 주민과 도시 기능이다. Thomson Road의 68~74번지에 위치한 57년 된 4층 건물은 예정 굴착구간에서 약 6m 떨어져 있었다. 사전 검토 결과 NSC 공사 전에 건물 기초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었으나, 추가 조사에서 기존 콘크리트 강도가 보강작업을 안전하게 수행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정부는 안전을 위해 해당 건물을 수용하고 철거하였다.

이 사례는 도심지 지하공사의 영향을 잘 보여준다. 지하도로 선형을 결정하는 순간 영향 범위에는 지반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Building + Traffic + Utility + Business + Residents 가 모두 설계조건이 된다.

공사 소음도 중요한 이슈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일반적으로 소음이 큰 작업을 밤 10시 이전에 종료하도록 관리하고 있으나, Diaphragm Wall 콘크리트 타설과 같이 안전을 위해 중단할 수 없는 작업은 야간까지 계속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방음벽·방음 enclosure·장비 muffler 설치와 주민 사전통보, 현장별 민원관리 등이 병행되고 있다.

메가 프로젝트에서 시간은 곧 비용이다

NSC는 당초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였고 이후 2027·2029년 단계 개통으로 조정되었다. 그러나 2026년 9월 LTA는 복잡한 지반조건 및 시공 난이도로 인해 전체 일정이 다시 약 2년 연장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공식 계획은 고가부가 2029년부터, 터널부가 2031년부터 단계적으로 개통하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당초 예상 사업비는 약 S$7.47 billion 규모였으며, 공기연장에 따른 최종 추가비용 및 발주처와 시공사 간 비용부담은 프로젝트 완료 후 결정될 예정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공사가 늦었다”는 결과가 아니다. 대규모 지하공사의 공기는 각각의 공정이 독립되어 있지 않다.

Foundation Delay → Excavation Delay → Structure Delay → Road Reinstatement Delay → Opening Delay 로 이어진다. 따라서 Critical Path에 위치한 지반 및 기존 시설 Interface Risk는 프로젝트 초기부터 단순 기술 리스크가 아니라 Schedule &Financial Risk로 관리되어야 한다.

5. 교훈(Lesson Learned)

지반의 불확실성을 설계조건으로 인정하라

NSC의 첫 번째 교훈은 지반조사를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불확실성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이 없는 설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나타났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설계와 시공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도심지 지하도로에서는 지반조사 → 설계 → 시공이라는 단선적인 프로세스보다, Investigation → Design → Excavation → Monitoring → Update → Decision 의 반복적인 Feedback Loop가 필요하다.

이는 Observational Method의 본질이며, 앞으로 국내 도심지 지하도로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지하공사의 핵심은 터널보다 경계조건이다

NSC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이 반드시 가장 깊거나 가장 큰 단면은 아니다. 기존 MRT와 1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 오래된 건물이 6m 옆에 있는 곳, 수많은 Utility가 교차하는 곳이 더 어렵다. 이는 도시 지하공사의 난이도가 단순히 Depth × Diameter 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현실적인 도심지 난이도는 Ground × Existing Structure × Utility × Traffic × People 복합관계로 결정된다.

국내 지하도로 계획에서도 따라서 본선 터널 해석뿐만 아니라 Existing Infrastructure Interface Register를 구축하고, 위험도가 높은 교차구간을 초기 설계단계부터 별도의 Critical Zone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계측은 확인이 아니라 의사결정 수단이다

NSC에서 계측은 공사가 끝난 뒤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운행 중인 MRT와 주변 건축물의 허용변위를 관리하면서 다음 단계의 굴착을 계속할 것인지, 그라우팅을 추가할 것인지, 굴착단면을 줄일 것인지를 결정하는 Construction Control System이다. 특히 Novena의 소단면 순차굴착과 Face-Less 방식은 생산성을 극대화하기보다 위험노출을 줄이고 지반거동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시공법을 변경한 사례이다.

이는 메가 프로젝트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원칙을 보여준다.

Speed follows Safety. Construction follows Ground Behaviour.

공기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행 중인 인프라와 시민의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

지하도로의 최종 목적은 지상도시의 가치다

NSC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기술이 아니라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수조 원의 비용을 들여 차량을 지하로 보내는 이유가 단지 자동차를 몇 분 빨리 이동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지하도로의 사회적 가치는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차량을 지하로 이동시켜 지상 공간을 보행자, 자전거, 대중교통, 녹지와 지역사회에 돌려줄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NSC는 지하공간과 지상공간을 서로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Underground Mobility + Surface Liveability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계획한다. 이것이 향후 서울 등 고밀도 대도시의 지하도로 사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6. 핵심 정리

싱가포르 NSC 프로젝트는 개착공법이라는 비교적 전통적인 터널공법을 사용하면서도, 이를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심지 복합 인프라 기술로 발전시킨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싱가포르 NSC 프로젝트는 극심한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도시 교통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적인 사례이다. 우리가 실무에 반영해야 할 실질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Cut-and-Cover 공법의 현대화

NSC는 “개착공법은 단순한 공법”이라는 인식을 바꾸어 놓는다. 대심도 Diaphragm Wall, 복층형 Stacked Tunnel, 복잡한 Ramp Connection, 교통전환, Utility 이설, 굴착단계별 지보 및 계측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현대의 Cut-and-Cover 공법에서 핵심은 굴착 그 자체보다 Construction Sequence와 Deformation Control이다.

② 지하공간의 입체적 활용

도심부에서 지하공간의 가치는 깊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NSC의 Stacked Tunnel처럼 제한된 폭 안에서 상·하 공간을 이용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대규모 교통시설을 배치할 수 있다. 앞으로 도심 지하공간은 평면이 아니라 3D 지하공간 으로 계획해야 한다.

③ Existing Infrastructure Protection

NSC는 운행 중인 MRT와 불과 1m 떨어진 위치에서도 지하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특별한 하나의 공법이 아니라 정밀 지반조사, 단계굴착, 그라우팅, 지보, 실시간 계측과 Stop/Go Decision을 포함한 Integrated Risk Control이다. 도심지 지하공사의 성패는 “얼마나 크게 굴착하는가?”보다 주변의 것을 얼마나 움직이지 않게 하는가에 달려 있다.

④ 지하도로의 새로운 목적

NSC는 지하도로의 목적을 자동차 처리에서 도시공간 재편으로 확대하였다. 차량을 지하와 고가부로 이동시키고 지상에는 버스, 자전거, 보행자와 녹지를 배치한다. 즉, Road Underground → Space Above Ground → City for People 이라는 새로운 도시교통의 방향을 제시한다.

제3강을 마치면서

싱가포르 NSC 지하도로는 단순한 Cut-and-Cover 지하도로가 아니라, 도시를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지하·지상·교통·사람을 동시에 재구성하는 Underground Interface Engineering 프로젝트이다. 지하도로는 도시의 공간을 다시 배분하는 일이다. 싱가포르 NSC 프로젝트를 4개의 Key Word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Key Word 1. Integrated Corridor

NSC는 자동차만을 위한 고속도로가 아니다. 자동차·버스·자전거·보행을 하나의 축에서 통합하고, 교통수단 간 공간 배분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프로젝트이다.

Key Word 2. Cut-and-Cover Precision

개착공법은 오래된 공법이지만 도심지에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깊은 연속벽, 복층터널, 교통전환, 지하매설물, 기존 구조물 보호와 정밀 계측이 결합되면 최첨단 지하공사가 된다.

Key Word 3. Interface Engineering

NSC의 가장 어려운 상대는 지반 하나가 아니다. 운행 중인 MRT, 기존 도로, 건물, Utility, 주민과 공사가 만나는 수많은 Interface이다. 앞으로의 도심 지하공학은 이 Interface를 관리하는 기술이 되어야 한다.

Key Word 4. Surface Reclamation

지하도로의 가장 큰 가치는 지하에만 있지 않다. 자동차를 지하로 이동시킨 뒤 지상을 시민에게 돌려줄 때 지하도로는 단순한 교통시설을 넘어 도시재생 인프라가 된다.

싱가포르 NSC 프로젝트는 아직 완성된 프로젝트가 아니다. 오히려 2026년 현재 예상하지 못했던 지반과 지하수, 기존 MRT와의 초근접 시공 등으로 다시 한번 공기가 연장되었다. 이것 역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도심지 지하공사에는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좋은 엔지니어링은 그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고, 계측하고, 판단하고, 안전하게 대응하는 능력에 있기 때문이다.

제1강 Big Dig가 우리에게 지하화를 통한 도시재생을 보여주었고, 제2강 도쿄 외곽순환 지하도로가 대심도와 초대형 TBM 기술의 한계를 보여주었다면, 제3강 싱가포르 NSC는 한 단계 다른 질문을 던진다.

“도시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면 도시를 멈추지 않고 어떻게 그 아래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 것인가?” 싱가포르 NSC가 보여주는 답은 분명하다. 정밀한 지하공학(Precision Engineering), 철저한 Interface 관리, 데이터 기반의 안전관리, 그리고 지상을 사람에게 돌려주는 도시철학이 함께할 때 비로소 지하도로는 미래도시의 새로운 대동맥이 될 수 있다.

싱가포르 NSC 지하도로 프로젝트는 우리 엔지니어들에게 단순한 굴착의 어려움을 넘어, 한정된 도시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땅을 파고 콘크리트를 붓는 행위를 넘어서, BIM과 실시간 계측 및 디지털 기반 시공 관리, 그리고 고도화된 수치해석 기술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도심지 복합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설계하는 차세대 도심지 지하화 사업 역시, 이처럼 고도의 기술적 완성도 위에 친환경과 사람 중심이라는 가치를 더해야만 지속 가능한 도시의 새로운 대동맥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