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바다 위를 걷다, 복층 교량의 새 지평을 연 거금대교
남해의 푸른 바다 위로 번쩍이는 금빛 줄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와 소록도를 잇는 거금대교의 풍경이다. 멀리서 보면 햇빛에 반사되어 ‘금빛 대교’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이 다리는, 단순히 섬과 섬을 연결하는 기능적 도로를 넘어 해상 교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건축물이다.
섬 주민의 숙원, 9년 여정의 시작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와 도양읍 소록도를 연결하는 거금대교는 국도 제27호선의 연장 구간이자, 주민들의 오랜 고립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연도교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시행을 맡아 총사업비 2,732억 원을 투입했으며, 현대건설 등 3개 사가 시공에 참여해 2002년 12월 착공 후 9년 만인 2011년 12월 개통했다. 총 길이 2,028m(사장교 1,116m, 접속교 912m)에 달하는 이 다리는 세계 최초의 5경간 연속 번들형 사장교이자 이중 합성 워런 트러스 공법이 적용되어 거센 바람과 조류를 견디는 견고한 스펙을 자랑한다.
차와 사람이 수직으로 만나는 복층 구조
거금대교는 대한민국 해상 교량 중 처음으로 자동차 전용 도로와 자전거·보행자 도로를 수직으로 분리한 ‘복층 구조’로 건설되었다. 상층(2층)으로는 자동차가 시원하게 달리고, 하층(1층)에서는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다도해의 청정한 풍광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2,028m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사장교 특유의 세련된 조형미와 다이아몬드형 주탑이 주변 자연경관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단절을 넘어 생태 관광의 중심축으로
상징성과 현재 의미 이 다리가 가지는 가장 큰 상징성은 ‘바다 위를 걷는 다리’라는 감성적 가치와 생태적 접근성이다. 차가 통행하는 교량 밑으로 사람이 안전하게 걸어서 바다를 건널 수 있다는 점은 국내 유일의 독보적인 자산이다. 과거 소록도의 아픔과 거금도의 단절이라는 역사적 소외는 거금대교를 통해 치유되었으며, 오늘날에는 둘레길과 연계된 남해안 생태 관광의 핵심 거점이자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상생과 힐링의 미래를 향한 길
단절된 섬을 육지와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는 메신저가 된 거금대교. 속도를 내며 스쳐 지나가는 다리가 아니라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호흡하게 만드는 이 길은, 우리가 도로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상생과 힐링의 미래를 묵묵히 보여주고 있다. 바다 위를 걸어간 그날의 발자국은 지금도 푸른 파도 위에 선명한 금빛으로 남아 흐른다.
출처 및 참고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고흥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