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을 자전거로 지나가다, 경주 역사탐방 자전거길

자전거 도로 정보 19편
경주에서 자전거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관람 방식에 가깝다. 유적과 유적 사이가 걷기에는 멀고 차로 가기에는 아까운 거리인 탓이다. 경주 역사탐방 자전거길은 그 거리를 이어 놓았다. 오르막이 거의 없고, 길 위에서 마주치는 것 대부분이 천 년 전의 자리다.
왜 경주에서는 자전거가 맞는 이동 수단인가
경주 시내를 다녀 본 사람은 안다. 첨성대에서 대릉원까지는 걸어서 갈 만하지만, 거기서 국립경주박물관이나 월정교까지는 애매하다. 차를 타면 금세지만 주차할 곳을 찾는 데 시간이 든다. 유적이 도시 전역에 흩어져 있는 도시에서 자전거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다.
경주시가 안내하는 시내권 코스는 경주역에서 출발해 분황사와 황룡사지, 국립경주박물관, 월정교, 오릉, 황리단길, 쪽샘고분공원을 돌아 다시 경주역으로 돌아오는 순환 노선이다. 거리는 10.7km, 난이도는 ‘하’다. 반나절이면 넉넉하다.
길 위의 풍경
이 길의 특징은 시야가 낮고 넓다는 데 있다. 경주는 유적 보호를 위해 도심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해 왔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고층 건물에 가리지 않은 능선과 고분이 계속 이어진다. 도시를 달리는데 들판을 달리는 기분이 든다.
황룡사지 일대는 특히 그렇다. 절터에는 주춧돌만 남아 있고 그 너머로 낭산이 보인다. 남천을 따라 월성 쪽으로 내려가는 구간에는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봄에는 꽃이, 가을에는 잎이 길 위로 떨어진다.

함께 둘러볼 곳
경주역사유적지구는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대릉원과 첨성대, 동궁과 월지, 월정교, 국립경주박물관이 모두 이 코스 안이거나 가까이 있다. 동궁과 월지는 해가 진 뒤 조명이 켜지므로 늦은 오후에 배치하면 좋다.


시내권을 벗어나 더 달리고 싶다면 보문호 순환 구간이나 형산강 자전거길로 이어 갈 수 있다. 형산강 자전거길은 경주 강동면에서 포항 송도동까지 15.7km가 조성돼 있고, 포항 구간에서 동해안 자전거길과 연결된다.
길 위의 먹거리
황남동 일대에는 오래된 쌈밥집과 국숫집이 모여 있다. 자전거를 세우고 들르기에 부담이 없는 가격대다. 간식으로는 황남빵과 찰보리빵이 대표적이다. 라이딩 중에 먹기 좋고 상온에서 오래 간다. 경주 특유의 콩국은 여름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을 초입까지 내는 집이 있다.
라이딩 중간에 들를 곳을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낫다. 유적지 주변은 식당이 몰려 있는 구간과 그렇지 않은 구간의 차이가 크다. 특히 오릉에서 국립경주박물관으로 넘어가는 구간에는 쉴 곳이 많지 않으니 물을 미리 채워 두는 것이 좋다.
이용 팁
추천 계절은 9월 말에서 11월 초다. 여름에는 그늘이 부족하고 겨울에는 바람이 세다. 봄 벚꽃철에는 관광객이 몰려 라이딩보다 끌바가 길어진다. 자전거는 경주역과 시내 주요 지점의 대여소에서 빌릴 수 있으며, 최근에는 공유 자전거도 운영된다. 유적지 내부는 대부분 자전거 통행이 제한되므로 거치대에 세워 두고 걸어 들어가야 한다. 주말과 연휴에는 보행자가 많으니 속도를 낮춘다.
마무리
경주의 자전거길은 빨리 가기 위한 길이 아니다. 천천히 가기 위해 만든 길에 가깝다. 유적과 유적 사이 2~3km를 자전거로 이동하는 동안 도시의 결이 눈에 들어온다. 도로가 무엇을 위해 놓이는가에 대한 답이 이곳에서는 조금 다르게 나온다. 지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머물게 하기 위해서다.
출처: 자전거 행복나눔 누리집(www.bike.go.kr), 대한민국 구석구석(한국관광공사), 공유마당(한국저작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