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여전히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만 이야기하는가?

한국도로협회 교육홍보실
written by kroadedu · 2026. 10. 7

글 · 이호정 한국도로협회 교육홍보실

아스팔트 포장(왼쪽)과 블록 포장(오른쪽)
아스팔트 포장(왼쪽)과 블록 포장(오른쪽)

1. 우리는 왜 재료부터 선택해왔을까?

앞선 두 편에서는 대체 포장 기술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과,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어 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제 한 가지 질문을 더 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도로포장을 선택할 때 무엇을 먼저 보고 있는가?

도로포장은 오랫동안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두 재료는 오랜 기간 사용되면서 설계와 시공, 품질관리, 유지보수에 이르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 따라서 도로를 계획할 때 ‘아스팔트로 할 것인가, 콘크리트로 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도로에 요구되는 역할은 달라지고 있다. 차량하중을 안전하게 지지하고 쾌적한 주행환경을 제공하는 기본적인 역할에 더해 물순환과 배수, 소음과 열환경, 탄소배출과 자원순환 등 다양한 요구가 더해지고 있다.

도로에 요구되는 역할이 다양해졌다면 포장을 선택하는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무엇으로 포장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전에 ‘이 도로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다.

2. 같은 문제에도 해법은 하나가 아니다

기능을 먼저 생각하면 포장기술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비가 올 때 도로에 물이 고이는 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해보자. 노면의 물을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배수성 포장을 검토할 수 있다. 반면 빗물을 포장 하부로 침투시키거나 일시적으로 저장하여 유출량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투수콘크리트나 투수블록 등 다른 기술도 검토대상이 될 수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생산온도를 낮추거나 재생재료를 활용할 수도 있고, 포장의 수명을 늘려 생애주기 동안 보수와 재포장 횟수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즉,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따라서 포장기술을 단순히 재료의 종류로 구분하기보다, 그 기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3. 기존 포장과 같은 잣대로만 비교해야 할까?

대체 포장 기술을 기존 포장과 동일한 조건에서만 비교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랜 기간 기술과 시장이 축적된 일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공사비와 시공경험, 품질관리, 유지보수 등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러한 기존 포장과 동일한 구조적 성능과 경제성을 요구하면서 물순환, 소음저감, 탄소저감과 같은 추가적인 역할까지 요구한다면 새로운 기술은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추가적인 기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물순환이 중요하지 않은 도로에 투수포장을 적용하거나, 충분한 유지관리 여건이 없는 곳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기술을 적용한다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에 유리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로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능까지 포함하여 기술을 비교하는 것이다.

대체 포장은 기존 포장보다 모든 면에서 우수해야 하는 기술이라기보다, 기존 포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또 하나의 해법을 제공하는 기술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4. 중요한 것은 ‘좋은 기술’보다 ‘맞는 기술’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질문도 달라진다.

“이 기술이 기존 포장보다 좋은가?”보다는 “이 기술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어떤 조건에서 효과적인가?”가 중요해진다.

모든 도로에 적합한 포장기술은 없다. 교통량과 차량하중, 기후와 지반조건, 주변 환경과 유지관리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저 도로가 가진 문제를 파악하고 필요한 기능을 정한 뒤,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찾고 실제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도로의 조건과 문제 → 필요한 기능 → 적용 가능한 기술 → 적용성 검토 → 포장기술 선택

이는 새로운 포장 선정기준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중심으로 포장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다.

특정 기술이 모든 도로에서 기존 포장을 대신할 필요는 없다. 각각의 기술이 가진 장점이 필요한 곳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5. 이제는 ‘어디에 적용할 것인가’를 이야기할 때다

1편에서는 대체 포장 기술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를 살펴보았고, 2편에서는 경제성, 기술적 신뢰성, 제도와 기준, 적용 경험 등의 문제로 실제 적용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이번 편에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포장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볼 필요성을 살펴보았다.

재료를 먼저 정하고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도로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먼저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검토하는 것이다.

그러나 관점의 변화만으로 새로운 기술이 실제 도로의 선택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적용을 통해 성능을 확인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며, 이를 다시 기준과 지침으로 축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다음 질문은 조금 더 현실적이다.

“새로운 포장기술을 실제 도로의 선택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마지막 편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적합한 곳에 적용하고, 그 경험을 다시 기술과 기준으로 축적해가는 과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