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다음 5년, 계획에서 현장까지

도로는 개통일에 태어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앞선 계획 문서에서 노선과 순서와 재원이 정해지고, 그 문서가 고시되어야 비로소 설계와 공사가 따라온다. 2026년은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2021~2030) 수정계획과 제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6~2030),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2026~2030)이 함께 진행되는 해다. 국토교통부 김효정 도로국장은 지난 4월 국토도시실 도시정책관에서 도로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계획과 건설, 관리와 안전, 디지털 전환까지 도로 전반을 맡게 된 도로국장을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났다.
도시정책관에서 도로국장으로
Q1. 도시정책관을 지내고 도로국에 오셨습니다. 두 자리에서 도로가 다르게 보이실 것 같습니다.
도시정책은 공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다루고, 도로정책은 그 공간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다룹니다. 겹치는 부분이 생각보다 넓습니다. 도시 쪽에 있을 때는 도로를 도시계획의 전제 조건으로 봤습니다. 이미 놓여 있는 선이고, 그 선을 피해서 나머지를 설계하는 식이었습니다. 도로국에 와 보니 그 선을 어디에 놓을지 정하는 과정에 훨씬 많은 판단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다만 두 자리에서 같은 결론에 이른 것이 하나 있습니다. 도로를 도로만 놓고 결정하면 반드시 뒤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지하화든 우회도로든 도로 하나가 놓이면 주변 토지이용과 생활권이 함께 바뀝니다. 계획 단계에서 그 변화를 같이 보려고 합니다.

Q2. 올해 국가도로망 수정계획과 고속도로·국도국지도 건설계획이 함께 마련됩니다. 도로망의 우선순위는 어떤 기준으로 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의 계획을 수정하는 것이고, 이를 토대로 제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과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번 계획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지역 성장과 국가간선도로망의 연결성입니다. 아직 착수하지 못한 국가간선도로망 구간의 상당 부분이 지방에 남아 있는 만큼 지역 중심으로 간선도로망을 보완하고, 5극3특과 주요 거점 간 연결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사업의 시급성과 타당성, 기존 도로망과의 연계 효과를 함께 살펴 순차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Q3. 도로망 확충에 대한 수요는 계속되고 있지만 재정 여건은 한정돼 있습니다. 신규 도로사업과 유지관리·안전 투자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가실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계획에 담긴 사업을 모두 같은 속도로 추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업의 시급성과 지역 간 연결성, 기대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비타당성조사와 설계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획에 반영되는 것과 실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다른 문제인 만큼, 재정 여건을 고려해 사업별 추진 시기와 순서를 조정해 나가야 합니다. 한편 신규 도로 건설뿐 아니라 기존 도로의 유지관리와 안전을 위한 투자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제한된 재원 안에서 필요한 사업을 차질 없이 이어가는 것이 결국 계획의 실행력을 좌우한다고 봅니다. 한편으로 SOC 유지관리 예산은 늘었습니다. 무게중심이 어디로 옮겨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지하로 내려간 도로가 남기는 것
Q4. 지하고속도로가 만들어지면 지상에는 새로운 공간이 생기게 됩니다. 이 공간을 도시와 시민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또 장대 지하도로의 안전 측면에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지하고속도로는 단순히 지하에 차로를 하나 더 만드는 사업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교통용량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지하화로 생기는 상부 여유공간을 도시가 어떻게 다시 활용할 것인지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상부공간에는 녹지, 버스전용차로, 환승시설 등 지역 여건에 맞는 시설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경인 지하고속도로의 경우 상부 고속도로를 지자체에 이관해 일반도로로 활용하는 계획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장대터널은 화재와 침수 등 지상도로와 다른 위험을 갖는 만큼 방재와 비상대응 체계를 함께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로가 지역과 만나는 방식
Q5. 지난해 처음 지정된 ‘관광도로’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존 도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제도라고 볼 수 있을 텐데, 관광도로를 도입한 취지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시키고 싶으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관광도로는 길을 새로 내는 제도가 아닙니다. 이미 있는 도로를 다시 보는 제도입니다. 「도로법」에 근거 조항이 생겼고, 2025년 3월 지정 절차와 평가 지침을 고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작년 11월 여섯 개 노선을 처음 지정한 이후 올해 스물두 곳의 후보지 신청이 들어왔고, 연말까지 추가 지정을 위해 현장평가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관광도로는 지정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신청할 때 관광도로 관리계획을 함께 내도록 했습니다. 기점과 종점, 주요 통과지, 도로변 환경만이 아니라 앞으로 이 길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할 것인지를 적게 되어 있습니다. 경관이 좋다는 것만으로는 지정되지 않습니다. 지정 뒤가 더 중요합니다. 관광도로 전용 도로표지를 설치하고, 관광도로를 대상으로 도로 여행에 유용한 문화·휴게시설 정보, 지역축제 및 먹거리, 교통 접근성 등 관광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아름다운 볼거리가 있는 도로를 소개해 매력적인 경험과 추억을 제공하고, 지역에는 관광·휴양의 명소가 되도록 관광도로를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노후화와 기후위기에 대비하는 도로
Q6. 도로시설 노후화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유지관리 방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유지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시설의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기준 30년 이상 된 교량은 21.7%지만 2034년에는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문제가 생긴 뒤 보수하는 방식에서 상태와 이력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도로대장과 점검정보를 디지털화하고, 빅데이터·AI를 활용해 점검 시기와 보수 방법·비용 판단을 지원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호남선 논산~서대전 구간에서 노후 노선을 전면 보수하는 ‘새路 프로젝트’를 시범 추진하고, 이를 토대로 중장기 리뉴얼 계획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Q7. 극한호우와 도로살얼음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도로의 설계와 관리도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후변화 대응은 설계기준을 강화하는 것과 위험을 빨리 감지해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함께 해야 합니다. 올해는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비해 지하차도와 비탈면의 설계빈도를 상향하는 등 배수 관련 기준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고속도로 도로기상관측망 확대 및 일반국도 살얼음 예측시스템을 고도화해 선제적 제설대응과 내비게이션을 통한 대국민 안내를 강화할 예정이며, 사고 재발 우려지역에 대해서는 염수분사시설·열선 등 제설시설을 확충하고 기상상황을 고려한 가변형속도제한표지를 설치해 운전자의 감속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강우와 살얼음에 대응할 수 있는 배수성·저소음 포장도 국도 건설현장에 시범 적용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기준과 기술은 현장 효과를 충분히 확인하면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습니다.
장비가 아닌 데이터
Q8. 요즘 도로도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국장님께서 그리시는 미래의 디지털 도로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디지털 도로는 장비를 많이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교통운영과 유지관리의 판단에 연결하는 도로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한국도로공사 서울·경기본부를 시작으로 AI 기반 돌발상황 자동검지를 시범 적용하고, 기존 압력센서 중심의 일반국도 교통량 조사도 AI 영상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유지관리에서는 2031년까지 도로대장을 전면 디지털화하고, 점검데이터와 빅데이터·AI를 결합해 맞춤형 점검과 보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분야도 화성 시범사업에서 도로시설을 실증한 뒤 교차로와 진출입부 등의 설계기준 개선으로 연결할 계획입니다.
기술혁신이 현장으로 이어지려면
Q9. AI·스마트건설·저탄소 자재 등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이 실제 도로 현장에서 적극 활용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새로운 기술이 현장에 정착하려면 기술개발과 함께 실제 도로에서 성능과 활용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AI와 스마트건설, 저탄소 자재 등 새로운 기술의 현장 적용과 실증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도로는 안전과 내구성이 중요한 시설인 만큼 실증과 검증을 충분히 거치되, 우수성이 확인된 기술은 관련 기준과 제도에 반영해 현장 적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술을 평가할 때에도 초기 비용뿐 아니라 공용성과 유지관리 측면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협회의 역할, 그리고 독자에게

Q10. 도로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현장 실무자들의 역량도 함께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도로협회와 같은 전문기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기술과 기준이 바뀌어도 현장에서 이해하고 적용하지 못하면 변화가 늦어집니다. 새로운 기술이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실무자 교육과 적용 경험을 확산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협회는 중앙정부와 현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준과 기술을 실무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기관별 적용 사례를 공유하며, 현장의 애로와 업계 의견을 정리해 정부에 전달하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AI와 데이터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도 이런 연결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11. 마지막으로 『도로교통』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지면을 보시는 분들 대부분이 도로를 만들거나 관리하는 일을 하고 계실 겁니다. 계획을 만드는 입장에서 늘 생각하는 것은, 문서에 적힌 한 줄이 현장에서는 몇 년의 일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기준을 정할 때 현장에서 그것이 실제로 지켜질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려고 합니다. 반대로 현장에서 겪는 문제가 제도의 문제인지 운영의 문제인지 구분해서 알려주시면 저희가 훨씬 정확하게 손댈 수 있습니다. 도로는 완성되는 시설이 아니라 계속 관리되는 시설입니다. 그 긴 시간을 함께 감당하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