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바다에서 백마고지까지

서해안을 따라 올라간 길이 국도 1호선이라면, 국도 3호선은 산을 따라 올라간다. 남해의 연륙교를 건너 지리산 자락을 지나고, 문경새재 옆 이화령을 넘어 충주와 이천을 거쳐 서울로 들어선다. 그리고 다시 북으로 올라가 철원에서 멈춘다.
1. 바다에서 시작하는 국도
국도 3호선은 바다에서 시작한다. 경상남도 남해군 미조면 초전삼거리가 기점이다. 남해도 남쪽 끝, 어선이 드나드는 미조항 곁이다. 여기서 출발한 길은 창선도를 지나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 뭍으로 오른다. 다섯 개의 다리가 이어진 이 구간은 노선의 성격을 처음부터 알려 준다. 3호선은 섬에서 시작해 내륙 깊숙이 들어가는 길이다.
이 노선이 지금의 이름을 얻은 것은 1971년이다. 당시 일반국도 노선지정령은 3호선을 ‘삼천포~초산선’으로 정했다. 기점이 남해군으로 내려온 것은 이후 연륙교가 놓이면서다. 다리가 놓이면 노선이 자란다. 국도의 역사는 대개 이런 방식으로 쓰인다.
2.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를 지나며
사천과 진주를 지난 길은 산청과 함양, 거창으로 이어진다.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를 비집고 올라가는 구간이다. 이 일대는 오래도록 영남 내륙에서 가장 늦게 길이 닿은 곳이었다. 산이 높고 골이 깊어 겨울이면 마을이 며칠씩 고립되곤 했다. 3호선은 그 골짜기를 따라 놓였다. 진주는 예로부터 남강을 낀 물류의 중심이었고, 함양과 거창은 영남과 호남, 충청이 만나는 길목이었다. 길이 지나면서 이 삼거리의 성격이 분명해졌다.
3. 이화령, 끊었다가 다시 이은 자리
김천과 상주를 지나 문경에 들어서면 노선은 이화령을 만난다. 문경새재 바로 옆이다. 조선의 사람들이 과거를 보러 넘던 길은 새재였고, 자동차가 넘게 된 길은 이화령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신작로로 뚫린 이 고개는 백두대간의 산줄기를 끊어 놓았다. 2012년 생태축 복원사업으로 고갯마루 위에 흙이 덮이고 나무가 심겼다. 지금은 차가 그 아래 터널을 지나고, 산줄기는 위에서 다시 이어진다. 한 세기 사이에 도로가 산을 대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 고개만큼 선명하게 보여주는 자리도 드물다.

4. 수도권을 지나 분단선까지
괴산과 충주, 음성을 거친 길은 이천과 여주, 광주와 성남으로 이어지며 수도권에 들어선다. 이 구간의 3호선은 국도라기보다 도시의 간선도로에 가깝다. 서울에서는 송파와 광진, 중랑과 노원을 지난다. 그리고 의정부를 거쳐 다시 북으로 올라간다. 마지막 지점은 철원의 백마고지다. 1952년 열흘 동안 고지의 주인이 스물네 번 바뀌었다는 그 자리다. 남쪽 바다에서 출발한 길이 분단선 앞에서 멈춘다. 3호선의 명목상 종점은 여전히 평안북도 초산으로 남아 있다.


5. 오늘의 국도 3호선
고속도로가 촘촘해지면서 3호선의 장거리 통행은 크게 줄었다. 남해에서 서울까지 이 길만 따라 올라가는 운전자는 이제 드물다. 대신 지역과 지역을 잇는 생활도로로서의 역할이 커졌다. 사천에서 진주로 출근하고, 문경에서 상주로 장을 보러 가는 통행이 이 길을 채운다.
우회도로가 놓이면서 옛 노선은 마을 앞을 지나는 길로 남았다. 그 길가에 오래된 밥집과 버스 정류장이 아직 있다. 국도의 쓰임이 줄었다기보다 바뀌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빠른 길이 생겼다고 해서 느린 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남해의 갯바람과 지리산의 안개, 이화령의 단풍과 철원의 벌판을 한 번호로 꿰는 길은 여전히 3호선 하나뿐이다.
국도 한눈에 보기
| 노선명 | 일반국도 제3호선 |
| 총 연장 | 555.2km |
| 기점 | 경상남도 남해군 미조면 초전삼거리 |
| 종점(명목) | 평안북도 초산군 초산면 |
| 종점(실제 관리구간) |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 백마고지 |
| 주요 경유지 | 남해·사천·진주·산청·함양·거창·김천·상주·문경·괴산·충주·음성·이천·여주·광주·성남·서울·의정부·동두천·연천·철원 |
| 핵심 상징성 | 내륙의 등뼈, 미완의 종단축 |
국도 3호선 미식로드: 산과 바다를 세로로 잇는 맛
① 남해 멸치쌈밥(남미횟집)

기점 미조항 일대의 대표 음식이다. 죽방렴과 정치망으로 잡은 생멸치를 시래기와 함께 조려 상추에 싸 먹는다. 남해가 오래도록 멸치의 고장이었다는 사실이 그대로 상에 오른다.
② 진주냉면(송기원 진주냉면)

남강을 낀 교역 도시 진주에서 이어져 온 음식이다. 소고기가 아닌 해물 육수를 쓰고 고명으로 육전을 올린다. 내륙 도시에서 해산물 육수가 자리 잡은 것 자체가 이 길이 바다와 닿아 있었다는 증거다.
③ 문경 약돌한우와 오미자(문경약돌한우타운)

이화령을 앞두고 만나는 문경의 특산이다. 거정석을 먹인 약돌한우와 문경새재 일대에서 나는 오미자가 함께 난다. 고개를 넘기 전 잠시 쉬어 가던 자리에 생긴 상차림이다.
④ 이천 쌀밥정식(나들애청목)

수도권 초입 이천의 상징이다. 남한강 수계의 기름진 평야가 만든 쌀로 지은 밥에 반찬을 곁들여 낸다. 산을 넘어온 길이 다시 평야로 내려섰음을 알려 주는 한 끼다.
맺음말
미조항의 짠물 냄새로 시작한 이 길은 이화령에서 산줄기와 함께 끊겼다 다시 이어지고, 철원 벌판 앞에 이르러서는 스스로 멈춰 선다. 지도 위 종점은 여전히 평안북도 초산이지만, 오늘 이 길이 실제로 닿는 곳은 백마고지 언저리까지다. 백두대간을 끊었다가 다시 이은 이화령처럼, 국도 3호선의 나머지 구간도 언젠가 이어질 여백으로 남아 있다. 남쪽 섬에서 시작해 분단선 앞에서 멈추는 이 종단축은, 완성된 길이라기보다 아직 다 그어지지 않은 길에 가깝다.
출처
국토교통 통계누리 도로현황조서 https://stat.molit.go.kr
국토교통부 https://www.molit.go.kr
국가유산포털 https://www.heritage.go.kr
국가기록원 https://www.archives.go.kr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 국도 3호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국도 제3호선